1. 조선군의 상황인식
지금 이 서양의 적선 중의 병사는 불과 수천으로 바다를 타고 깊이 들어와 화친을 구해도 할 수 없고, 전투를 하여도 할 수 없는데 바람과 공기가 다르고, 병에 걸리면 반드시 죽을 것입니다. 하물며, 지금 천시가 점차 더워지고 있으니 서양의 흙에서 자란 이들은 또 견뎌낼 수 없을 것이며, 그들은 이미 천시를 거스른 것입니다. 저들의 좋은 물건은 배이고, 좋은 기술은 화포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산이 많고 들이 적으며 산봉우리가 겹겹이 놓여있어 바둑판 위에 수를 놓은 것 같고, 5~10리 사이가 아득하여 천리와 같아서 다른 나라 사람들은 그 허와 실을 엿볼 수 없을 것입니다. 또 배는 뭍에서 가지 못하고 포는 산을 넘을 수 없어, 좋은 물건을 믿을 수 없고 좋은 기술을 사용하지 못하니 저들은 또 지리를 잃은 것입니다. 미군의 수가 적고, 조선의 지리에 무지한 점을 지적하며 또한 풍토병에 취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군의 '함선'과 '대포'가 비록 조선군에 비해 우위에 있지만 산이 많은 내륙에서는 사용하기 힘들다는 내용도 적고 있습니다. 사실 내용이 훨씬 많은데 유교적 도덕철학을 설파하는 내용이 많이 섞여있어 제외하였습니다.
2. 조선군의 대응
또 토졸로 하여금 습한 땅을 잘 숙지하게 한 뒤에 신기화전, 구우옹포, 화룡출수포, 불랑기, 죽장군 등 여러 가지 화포들을 많이 갖추어 사방에 매복하도록 해야 합니다. 포의 신호가 한번 들리면 포를 일제히 쏘라는 징후이니 소리가 천지를 떨게 할 것입니다. 먼저 크고 작은 선박 백 여척에 화약, 염초, 유황 등의 물건을 갖추어 싣게 하여 마른 갈대나 풀섶으로 덮어 삼 껍질로 만든 동아줄 여러 다발로 여러 번 둘러 큰 것은 뱃머리에 묶어 4~5칸쯤마다 열을 지워두고, 1척 사이에 작은 뗏목 5~7척으로 1대를 삼아 하류를 가로막게 하고 4~5겹으로 배치해야 합니다. 상류에서는 조수가 빠지고 바람이 일기를 기다려 작은 뗏목 수백 개에 횃불을 붙여 흐름에 따라 아래로 내려 보낸 뒤, 모든 군사가 북을 치고 함성을 지르며 뒤따라 바다를 덮고 내려가면 뜨거운 불길이 하늘을 찌를 것입니다. 적이 내려와 반드시 지나게 될 요로이니 몰래 지뢰포를 매설하고 적이 상륙하도록 유인하여 약선에 불을 놓으면 천지가 무너지고 적을 가루로 만드는 것이 순식간에 일어나니 어찌 신묘하지 않은가? --- 적이 왔지만 의심하고 겁을 내어 감히 땅에 상륙하지 않아서 한 번도 시험해 보지 못하니 애석하다. 수어영의 별파진 50명을 본영의 초관 이복우에게 주어 제물포에서 지키도록 하였고 본 읍 신현의 포계군 100명을 출신 이용구에게 주어 합세하여 매복하도록 하였다. 또 훈국군 일초를 본영의 초관 이병오에게 통솔케 하여 제물포 우측의 귤현에 매복하도록 하였다. --- 군병의 합이 1천 200여 명으로 별이 펼쳐지고, 바둑알이 놓인 것과 같이 매복하니 좌우가 서로 연결되고, 안과 밖이 서로 응하여 떨어져도 흩어지지 않고, 끊어져도 잘려지지 않게 되었다. 저들의 배가 머물고 있는 곳은 비록 내양이기는 하지만 조금의 넓이가 5~6리에 불과합니다. 미리 배 삼사 십 척을 큰 새끼줄로 연결해 두고, 모든 배들 위에서 마른 장작과 화약을 많이 쌓아, 하류를 가로로 끊어서 4~5번 상류를 돌면 진무영의 각 배로부터 뗏목은 5~7개로 부대 백 여개를 삼아, 큰 동아줄로 연결하여 불에 탈 물건을 가득 싣고 혹 안개로 어두워 질 때를 타거나 혹 밤이 되어 깜깜해진 것을 인하여 밀물을 기다렸다가, 물이 물러나면 흐르는 것을 따라 내려갑니다. 저들의 배와 조금 가까워지면 잠수군으로 하여금 일시에 불을 붙이고, 북을 치며 함성을 지르는 것을 뒤따르게 한 후에 군의 위세를 돕게 한다면, 그들은 반드시 피폐하게 되어 남은 것이 없게 될 것입니다. --- 사방에 가까운 모든 섬에 미리 화포를 매복시켰다가 동시에 발사하고 불화살을 어지럽게 쏘고 각 진에서 전함을 징발하여 수군으로 위아래로 가까이 응대한다면, 적이 비록 포를 쏘는 기술을 가지고 있어도 시행할 수 없고, 일이 너무 급박하여 손을 댈 겨를이 없어 불에 타고 물에 빠져 남은 것이 없게 될 것입니다. 한강 진입 대비, 화약과 인화물질을 적재한 작은 선박 및 화포를 이용한 대규모 화공을 계획하며 실제로 준비도 합니다. 또한 지뢰포를 매설하고 각지에 매복진을 형성합니다.
3. 광성보 전투
그 추한 것들은 광성으로 방향을 돌렸다. 한 척의 배가 올라가면서 대포를 쏘면서 눈과 귀를 현혹하였고 종선으로써 후양을 어둡게 하였다. 상륙하여 먼저 산 정상에 자리를 잡고 마구 대포를 쏘니 관군은 두려워서 어찌할 바를 모르며 머리가 꼬리가 구원하지 않았고 끝내 도망가 무너지기에 이르렀다. 강화도의 중군 어재연은 친히 포탄을 무릅쓰고 전투를 독려하니 부하들을 버려두지 않았고 사졸들은 모두 죽거나, 살기 위해 도망갔다. 광성보 전투라고 하면 보통 최후까지 항전을 벌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 기록에는 조선의 진영이 무너져 도망갔다는 내용이 적혀있군요.
4. 대원군의 지시
운현궁에서 하교하시기를 반드시 급수로에 정예병을 매복시켜 적들을 모두 죽이라고 하셨는데, 이는 본 읍의 군의 세력이 단약하기 때문이었다. --- 오랑캐를 막기 위해 각 섬의 우물에 독을 넣었다. 섬사람들은 섬 밖으로 나오게 하였고, 본 읍에는 별도로 막아야 할 우물이 없었다. 저들의 배는 초 1일부터 경내 근처로 오지 않으므로, 다만 진멸시키는 계책을 세워, 모든 준비를 해서 매복시켜 기다리도록 했다. 갑자기 포성이 들려오자 군중에서 모두가 나아가려하였으며, 퇴각하는 모습은 조금도 없었다. 여기에서 군심이 하나로 모아졌음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운현궁에서 적을 공격하라는 교지가 내려오지 않아서 마음만 답답하였다. 의외로 대원군은 전쟁이 확대되는 것을 막으며 적의 현지 보급만을 차단하라고 지시합니다. 섬사람들을 대피시키고 각지의 우물에 독을 넣은 부분이 인상적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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