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의 대표적인 폭군을 뽑자면 조선의 연산군과 고려의 충혜왕이 들어갑니다. 그런데 이 두 폭군 중에서 연산군은 굉장히 유명하고 사극에도 자주 출연할만큼 굉장히 높은 인지도와 인기를 보유하고 있는 반면, 충혜왕은 정반대로 인기는 커녕 인지도조차 거의 없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충혜왕의 폭정은 연산군 못지 않았고, 아니, 어쩌면 연산군을 능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수많은 강간, 상점을 열어 주변 상권 초토화, 원나라 황실과의 유착 등의 폭정을 보면 연산군보다도 훨씬 강렬한 이미지가 남을듯 한데 말이죠. 그렇다면 충혜왕은 연산군에 비해 왜 인지도와 인기가 낮을까요?
주가가 올라가던 중 크게 떨어지는 것과 내려가던 중 크게 떨어지는 것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요. 그리고 고려자체가 조선에 비해서는 덜 알려져있기도하고 여러 자료의 한계도 있고요. 또한 덜 대중적이기도 하지요. 그런 면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애초에 고려 자체가 조선에 비해 대중들의 관심이 극히 적습니다. 대중들은 아마 고려왕이라고 하면 태조, 광종, 공민왕 3명 외에는 거의 모를 겁니다. 명군이라고 평가 받는 현종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사람도 대부분입니다.. 게다가 연산군은 무오사화, 갑자사화 때문에 시험에 어느 정도 등장하지만 충혜왕은 시험에 나올만한 내용이 없는 것도 한 이유 같습니다. 대체로 교과서에 나오는 왕 위주로 아는게 당연합니다. 아무리 관심이 있어도 어떤 왕조의 1대 왕부터 마지막 왕까지 다 알고자 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예를 들어 헨리 7세가 튜더 왕조의 왕인지 아닌지 관심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연산군에게 가끔씩 씌워진 뒤틀린 효자 이미지도 한몫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현실은 효자조차 아니였다고 합니다. 충혜왕과 연산군이 각각 몇년 전 사람인지 생각해 보시기바랍니다. 고려와 조선 관련 기록이 얼마나 남아있나도 한몫한다고 봅니다. 고려 후기와 조선 초기라 시대는 서로 150년 정도밖에 차이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충혜왕보다 의자왕이나 궁예의 인지도가 높듯 기록량과 대중적 인지도가 꼭 비례한다고 보긴 어렵고 아무래도 조선왕조 자체가 고려왕조보다 주목도가 높은 게 큽니다. 시대랑은 관련이 없습니다. 궁예랑 신돈은 알아도 충혜왕은 커녕 고려현종이 누군지도 모를겁니다. 대중의 접근성 문제가 크다고 봅니다. 의자왕과 연산군은 여러매체에서 쉽게 접할수 있습니다. 충혜왕의 인지도가 아니라 고종과 공민왕 사이의 모든 고려 왕들의 인지도가 어땠는지를 생각하는 게 옳지 않을까합니다. 그 중 미친사람 하나쯤 나온들 뭐 전후의 왕들과 똑같이 원나라의 꼭두각시 취급으로 뭉뚱그려 버릴 뿐이라는 겁니다. 둘다 사이코패스는 맞지만, 사료적 한계가 크지 않을까합니다. 고려에 대한 사료와 대중적 관심이 박약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려는 좋은것만 기억하고 나머지는 잊혀지는데 조선은 좋은것도 나쁜것도 모두 기억납니다. 심지어 세종대왕, 광개토 대왕~장수왕, 의자왕, 무열~문무왕은 알아도 고려현종이 누구냐고 물으면 답할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겠습니까 세종대왕에 버금가거나 그이상인 고려현종은 그 업적에 비해 인지도가 최악입니다.. 하물며 충혜왕 거론될 수 있겠습니까 앞뒤로 내내 어두웠던 원간섭기와 조선의 전성기 취급받던 태세문단세성 뒤에 튀어나온 연산군의 대규모 숙청과 향락은 기본적인 인지도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1936년 박종화선생님의 "금삼의피"라는 작품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금삼의 피와 1929년 이광수의 단종애사, 1941년 김동인의 대수양으로 인해, 단종임금부터 연산군까지의 역사는 문학적품과 드라마의 단골소재가 되었지요.원제국 지배 하에서 좋은 일이 없는데 왕까지 최악이니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일제시대면야 모를까 원제국 지배하는 요즘 대중들도 '그런 일이 있었지.'하는 수준인거 같더라구요. 거기에 더해서 요즘은 당시 고려왕실사람들이 원나라 황실의 최측근으로까지 올라갔다며 '에잇 조선은 저런것도 못하고!'하는 경우가 더 많더라구요 제가 보기에는 미디어의 역할도 크게 한 몫을 한다고 봅니다. 2000년대에 고려 시대를 소재로 한 사극들이 연달아 등장하면서 고려 시대의 이미지가 너무 올라갔다고 보여집니다. 설사 미화를 하지 않더라도 키 180남짓 외모 훤칠한 연예인들이 갑옷 입고 등장하니까 은연중 이미지가 좋아질수 밖에 없지요
'역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유신의 사극이 안나오는 이유 (0) | 2020.12.07 |
---|---|
흥선대원군에 대한 평가 (0) | 2020.12.06 |
소현세자의 죽음 (0) | 2020.12.05 |
사도세자의 사주 (0) | 2020.12.02 |
광해군의 인지도 상승 계기는? (0) | 2020.11.18 |
댓글